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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국의 신화와 옹이 박힌 토박이들의 삶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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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9.06.29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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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송 강호(제주 효명사 주지)

 

①편에서 이어집니다.


제주에 전하는 창세신화인 천지왕본풀이는 무당들의 노랫가락에 실려 9편 정도가 전한다. 태초에 세상은 하늘과 땅이 서로 뒤섞여 처음과 끝도 없고 안과 밖도 없었으며, 삶과 죽음, 선과 악도 없는 혼돈의 상태였다. 하늘에서 푸른 이슬이 내리고 땅에서는 검은 이슬이 솟아올랐다. 하늘은 자시(子時)에 열리고, 땅은 축시(丑時)에 열렸으며, 사람은 인시(寅時)에 태어났다. 이렇게 세상이 창조되었지만 천지개벽의 어둠 속에서 무시무시한 거인이 나타났다. 그의 앞이마에서는 두 개의 해가, 뒤 이마에서는 두 개의 달이 나타났다.

 

동물들이 말을 하고, 귀신과 사람의 구분이 없는 혼란은 계속되었다. 게다가 수명장자(쉬맹이)가 사나운 소, 말, 개를 앞세워 사람들이 거둔 소출을 독차지하며 사람들을 굶어죽게 하였다. 이를 안 천지왕은 번개장군과 벼락장군, 화덕진군과 풍우도사, 일만 군사를 이끌고 가 머리에 쇠테를 씌워 수명장자를 죽이려 했다. 그런데 그는 종을 불러 도끼로 머리에 씌워진 쇠테를 깨라고 명령하였다. 그 모습을 본 천지왕은 쇠테를 풀어 목숨만은 살려주었다.
 
지상에 잠시 머물던 천지왕은 지상의 총명부인과 결혼하여 대별왕과 소별왕을 낳고는 하늘로 올라가 버렸다. 대별왕과 소별왕은 점점 자라났는데, 친구들에게 애비 없는 자식이라 따돌림을 받았다. 형제는 어머니에게 떼를 써 마침내 박 넝쿨을 타고 하늘나라로 올라가 아버지를 만났다. 아버지 천지왕은 큰아들 대별왕에게 이승을, 작은아들 소별왕에게 저승을 다스리라 했다. 작은아들은 수수께끼를 해서 이기는 사람이 이승을 차지하자고 형에게 제안했다. 마음 착한 형은 동생의 제안을 받아들여 내기를 했는데 두 번 다 형이 이기고 말았다. 마지막으로 소별왕은 꽃을 누가 더 잘 키우는지를 내기하고는 형이 잠든 사이에 잘 자라는 형의 꽃을 자신의 꽃과 바꿔버렸다. 소별왕이 이승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승에서는 제2의 혼돈이 계속되었고 그 혼돈을 처리할 능력이 소별왕에게는 없었다. 할 수 없이 형의 도움을 얻어 해와 달을 하나씩 활로 쏘아 없앴다. 초목과 짐승은 소나무 껍질 가루로 눌러 말을 못하게 했다. 귀신과 생사람은 저울로 무게를 달아 보아 백 근을 넘으면 인간으로 못 넘으면 귀신으로 처리했다. 자연의 질서가 바로 잡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저승으로 형이 떠나자 또다시 살인, 도둑, 간음 등 무질서가 여전했다.
 
신화학적으로 보면 천지왕은 불과 쇠를 다루는 외래적 존재로 제주 섬에 있던 수신계(水神系)의 수명 장자를 벌하였고, 그의 후계인 두 아들로 하여금 섬을 지배하게 하였다는 것으로 읽힌다. 두 개의 해는 극심한 더위와 가뭄을, 두 개의 달은 극심한 추위나 홍수를 의미한다. 그것의 조정은 곧 농작물의 풍작을 뜻한다. ➂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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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오대혁(시인,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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