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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기부 트렌드] ⑤ 기부, 팬덤에 녹아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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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0.04.03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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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남수단 톤즈에 2NE1 숲을 조성한 팬클럽 블랙잭 ⓒ월드비전

 

[나눔경제신문=유이정 기자] 최근 기부계에서 가장 주목하는 주체 중 하나는 바로 팬덤(fandom)이다.
 
상대적으로 평균연령이 낮은 팬덤은 우리 사회의 어떤 집단보다 변화를 빠르게 받아들인다. 누구보다 먼저 새로운 문화를 받아 정착시키는가 하면 때로는 문화를 창조해내는 일도 있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응원하는 행위는 그에 준하는 큰 애정과 실천력을 동반하는데 이것이 문화와 맞닿은 지점에서 큰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덕분이다.
 
팬덤의 독특한 기부 문화, 일명 팬덤 필란트로피(fandom philanthropy) 역시 이런 특성을 잘 보여준 문화 중 하나다. 필란트로피란 친구를 뜻하는 그리스어 필로(Philo)에서 유래한 단어로 친구, 나아가 주변인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한 행동을 뜻한다. 즉, 팬덤이라는 한 주체 속에서 사회를 위한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모든 일이 팬덤 필란트로피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수많은 단체 속에서도 팬덤의 기부가 돋보이는 것은 하나의 목표를 향해 맹렬히 달려가는 집단의 특수성과 연관이 있다. 대개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팬들은 좋아하는 스타를 위해 쉽게 하나 된다. 국가와 언어, 나이 같은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지구 반대편의 사람들과도 뜻을 모을 수 있고, 할머니와 손녀 뻘의 나이 차이에도 친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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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화환 문화의 역사를 연 신화 팬덤 신화창조 ⓒ드리미

 

이처럼 견고한 연대는 행동으로 이어진다. 팬덤 필란트로피의 시작 역시 마찬가지였다. 스타들이 팬들의 선물을 정중히 사양하면서 팬들은 자신의 애정을 표현할 다른 방법을 궁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대안이 스타의 이름을 알리고 동시에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까지 전할 수 있는 기부로 이어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대표적인 팬덤 필란트로피 중 하나인 ‘쌀화환’ 문화를 시작한 것은 그룹 신화의 팬클럽 신화창조다. 2007년 8월11일 신혜성의 솔로 콘서트에 신화창조가 쌀화환을 보내 이를 기부에 활용한 뒤 다른 팬들도 꽃화환 대신 쌀화환을 보내기 시작했고, 이러한 문화는 금세 자리를 잡았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라면화환, 계란화환 등으로도 응용되며 한층 더 발전해갔다.
 
쌀화환은 그 자체로도 획기적인 발상이었지만 그 진정한 의미는 팬덤도 충분히 선한 영향력을 보여주는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었다는 데 있다. 실제로 쌀화환 문화가 자리를 잡은 뒤 수많은 팬들은 제각기 다양한 기부를 자신의 팬덤에 제안했고 스타의 이름을 단 숲 조성, 우물 파기 등 대부분은 좋은 반응을 얻으며 아름답게 성사됐다.
 
도움이 필요한 곳에 맞춤형 기부를 진행하는 팬덤도 많다. 4월생인 데이식스 원필의 생일을 축하하는 마음을 담아 그의 팬들은 최근 인천 지역 청소년을 위한 생리대 기부 모금을 시작했다. 팬들의 모금을 독려하기 위해 일정 금액 이상 후원할 경우 리워드 상품도 마련해 제공하고 있다. 리워드를 위한 최소 기부금은 4,280원. 원필의 생일을 딴 숫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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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대 기부 모금을 진행중인 데이식스 팬덤 마이데이 ⓒ트위터 321*** 유저

 

이처럼 팬덤 필란트로피가 가장 활발한 시기는 스타의 생일이다. 1년 중 하루뿐인 스타의 특별한 날을 축하하기 위해 팬들은 몇 달 전부터 기부처를 찾아나선 뒤 일찌감치 모금을 오픈한다. 성공적인 모금을 위해서는 홍보와 리워드 등 준비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충분한 기간 동안 모금을 진행하면 그 동안 스타에게 입덕해 모금에 참여할 인원이 늘 가능성도 높다.
 
많은 팬들의 도움이 필요한 프로젝트형 기부는 팬클럽이나 홈마스터 등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독자적인 노선을 걷는 개인팬의 기부도 속속들이 등장한다. 제각기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자기가 할 수 있는 만큼 마음을 나누는 것이다. 이는 스타에 대한 애정이기도, 또 평소 도움의 손길을 건네고 싶었던 인애이기도 하다.
 
사랑의달팽이 등 여러 비영리단체들은 “최근 몇 년 사이 아이돌 팬덤의 기부액이 한 해 후원금 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입을 모아 답하고 있다. 팬덤의 기부 사례 자체도 늘었거니와 그 금액도 점차 커지고 있는 추세라는 것. 이는 세계적으로도 특별하고 독특한 사례로 많은 전문가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누군가는 이들의 행동에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그러나 K팝의 세계적인 성공 뒤에 팬덤이 무수한 노력이 있었듯이, 이들의 특별한 기부 문화 역시 더 많은 선한영향력을 전달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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